36. 의성군 구천면 장국동 백마산 정수암
( 義城郡 龜川面 長局洞 白馬山 淨水庵)의 관음 영험
백마산(白馬山)과 청화산(靑華山) 근처 중국동(中局洞) 국시골, 지금의 장국3리에는 옛날 박씨 성을 가진 아름다운 처녀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.
이 처녀는 일찍 부모를 잃고 혼자서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살아왔으나,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이 눈물과 한숨으로 이 세상을 견뎌왔다.
남의 집 처녀들이 부모 밑에서 호강하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었고, 이웃집 친구들의 시집가는 모습을 볼 때면 서러운 생각이 들어 신세를 한탄하는 마음이 나이 들어 갈수록 점점 더해갔다.
그럭저럭 열여덟 살이 되던 해였다.
‘어찌하랴,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를 원망하랴?’ 처녀는 정수암(淨水庵) 관세음보살(觀世音菩薩)님을 부모로 삼고 괴로운 이 세상을 신앙으로 즐겁게 살아가리라 다짐하며 항상 정수암 관세음보살님께 예배를 드렸다.
그러던 중 삼칠일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.
기도를 드린 지 13일째 되는 날, 정수암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구 밖에서 한 노파가 나타나 “넌 웬 처녀기에 날마다 여기를 드나드느냐? 무엇하러 어디를 그렇게 다니느냐?”고 물었다.
처녀가 “저는 정수암 극락전(淨水庵 極樂殿) 관세음보살님께 삼칠일 기도를 시작하였는데 오늘이 13일째입니다.”라고 대답하자, 노파는 “양친 부모는 다 계시느냐?”고 물었다.
처녀가 “아버님, 어머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저 혼자뿐입니다.”라고 하자, 노파는 “그럼 집에 갔다가 언제 오겠니? 나도 마침 혼자 살고 있으니 우리 집에 가서 자고 기도 드릴 동안 머물러라. 조금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자.”라고 하였다.
그래서 처녀는 그 노파를 따라가서 자고 먹으며 삼칠일 기도를 마쳤다.
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려 하면서 신세 진 인사를 드렸으나,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어 옷 한 벌을 벗어 드리니 노파는 정중히 사양하였다.
“네 마음으로 준 것은 내 마음으로 잘 받았으니 조금도 다른 생각 말고 가거라.”
하면서, “정(情)이나 표적이라도 남기고 싶거든 다른 것으로 조그만 것이라도 두고 가도 좋다.”고 하였다.
그러면서 “다른 것은 그만두고 머리카락 몇 올만 뽑아 달라.”고 부탁하였다.
처녀는 그 말을 듣고 머리카락을 조금 뽑아 드렸다.
노파는 고맙다며 “그럼 그것을 내 손가락에 감아 달라.”고 하였다.
그렇게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고 나서 돌아가려 하자, 노파는 “오늘은 쉬고 내일 가라.”며 붙들었다.
그날 밤을 자고 이튿날 새벽에 가라고 하더니, 첫 새벽에 깨워 “가라.”고 하였다.
처녀는 새벽길을 걸어 진실 마을을 지나 개고개까지 왔으나 날이 밝지 않아 어두운 고개를 넘을 수 없어 진실 마지막 집 밖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었다.
잠시 후 오십여 명의 대행렬이 지나가다 길을 멈추고 사방으로 무엇인가를 찾다가 “옳다, 여기 있구나!”
하며 마차를 탔던 점잖은 귀객에게 전달하였다.
그 점잖고 얌전한 마상객이 내려와 “너는 웬 사람이냐?”고 묻자, 처녀는 자신의 신상 전후 사정을 말씀드렸다.
마상객은 “맞다.
내가 어젯밤 꿈을 꾸었는데, 꿈에 본 내 백년가약 상대가 바로 너구나. 미안해하지 마라. 나는 지금 초임으로 선산 부사로 임명받아 부임하는 길이니 같이 가자.”고 하며 백년해로의 가약을 청하였다.
옆에 있던 사람들도 “같이 가기만 하면 참으로 행복하고 복 받을 것이다.
저 원님은 아직 미혼이니 참으로 복 받을 것”이라며 모두 칭찬하였다.
그래서 처녀는 마상에 올라 같이 가서 백년가약을 맺었다.
부부가 되어 평화롭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았다.
후일 어느 날 정수암 관세음보살님께 참배하러 가는 길에 그 노파를 찾았으나 전혀 그런 사람도 없고 그런 집도 없었다.
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정수암 관세음보살님께 참배할 때 관세음보살님의 손가락을 바라보니 머리카락이 거기에 감겨 있었다.
이 처녀의 독실한 신심에 관세음보살님께서 감응하시어 나타나 보인 것이다.
이 이야기는 어릴 적 정수암 노장님께 들은 이야기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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